
영화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남긴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장편 영화 최초로 전체를 아이맥스 70밀리미터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로 알려져 있으며, 상영 시간은 약 172분입니다. 원작은 약 3,000년 전에 만들어진 이야기이지만, 놀란 감독은 이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해석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오디세이의 주요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정리하고, 원작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살펴봅니다. 결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관람 전이신 분들은 이 점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등장인물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맷 데이먼이 연기했습니다. 흔히 맷 데이먼이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의 영화는 모두 재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션 등과 같이 필모그래피가 상당한 배우입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 작전을 이끈 이타카의 왕이며,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항해를 시작합니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앤 해서웨이가, 아들 텔레마코스는 톰 홀랜드가 연기했습니다. 페넬로페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오랜 시간 동안 이타카를 지키는 인물이며,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성장한 청년입니다.
이타카에서 페넬로페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구혼자들의 중심에는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안티노오스가 있습니다. 안티노오스는 왕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왕궁을 차지하려는 인물로, 이타카 이야기의 긴장감을 이끄는 악역입니다.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존 레귀자모가 연기했습니다.
신들 가운데에서는 젠데이아가 연기한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아테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아테나가 왜 계속 오디세우스 주변에 나타나는지는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납니다.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인물들도 다수 등장합니다. 루피타 뇽오는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 두 인물을 함께 연기했으며, 영화에서 두 인물은 쌍둥이 자매로 그려집니다. 헬레네는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게 된 도화선이 된 인물로 신화에서는 외모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 견줄만한 인물로 소개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존 번설은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를, 베니 사프디는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을 연기했습니다. 인셉션에서 얼굴을 알린 엘리엇 페이지는 트로이 사람들을 속여 목마를 성안으로 들이게 만든 시논을 연기했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트로이 전쟁보다는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내용에 집중합니다. 트로이 목마를 이용해 성을 함락하는 장면으로 짧게 전쟁을 묘사하는데 이때 잠깐 등장하는 아가멤논의 위압감은 상당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10년에 걸친 전쟁을 목마 작전으로 끝낸 뒤, 부하들과 함께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배에 오릅니다. 그러나 귀향길은 예상과 달리 끝없는 시련의 연속입니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거대한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의 동굴에 갇히는 등 목숨을 위협하는 사건을 차례로 겪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부하를 잃습니다. 해외의 한 평론은 키클롭스 장면을 놀란 감독이 지금까지 만든 괴물 장면 가운데 가장 무서운 장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CG보다는 실제로 세트장을 제작해서 촬영하기로 유명한 놀란 감독답게 이번에도 거인 모형을 실제 크기로 제작해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같은 시기 이타카에서는 또 다른 위기가 이어집니다. 오디세우스가 죽었다고 생각한 구혼자들이 왕궁에 머물며 페넬로페에게 재혼을 강요하고, 왕실의 재산을 마음대로 소비합니다. 안티노오스를 중심으로 한 구혼자들의 압박은 점점 강해지며, 아직 젊은 텔레마코스는 어머니와 왕궁을 지킬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합니다.
영화는 이 두 이야기를 단순히 번갈아 보여 주지 않습니다. 영화는 회상 속에 또 다른 회상이 들어 있는 복잡한 구조로 오디세우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서 저지른 일이 그의 마음에 어떤 무게로 남아 있는지를 조금씩 보여 줍니다. 이러한 구성은 시간 순서를 자유롭게 다루는 놀란 감독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마침내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신분을 숨긴 채 왕궁의 상황을 살핀 뒤, 텔레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을 처단합니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오디세우스는 큰 부상을 입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왕위는 텔레마코스에게 넘어가고,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와 함께 스스로 이타카를 떠나는 길을 선택합니다. 오랜 여정 끝에 고향에 도착한 영웅이 다시 고향을 떠나는 결말은 관객에게 승리의 기쁨보다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원작과 차이점
가장 큰 차이는 결말입니다. 호메로스의 원작에서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을 처단한 뒤 왕의 자리를 되찾고, 아테나 여신이 구혼자 가족들과의 싸움을 멈추게 하면서 이타카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즉 원작은 승리와 완성의 분위기로 끝납니다. 반면 영화는 원작의 마지막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 내고, 구혼자 가족들이 복수하려는 장면도 보여 주지 않습니다.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왕위를 아들에게 넘기고 페넬로페와 함께 스스로 떠나는데, 이는 원작의 귀환과 회복 대신 속죄에 가까운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소중한 부하들이 희생될 때마다 오디세우스는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준 게 놀란 감독이 의도한 복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차이는 신의 역할입니다. 원작에서 아테나는 오디세우스를 직접 돕고 마지막에는 기적처럼 모든 갈등을 해결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아테나는 대부분 인간의 모습으로 곁에 머물 뿐, 원작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영화의 결말에서 이타카의 미래는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남습니다.
세 번째 차이는 트로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원작에서 목마 작전은 오디세우스의 지혜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일화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회상 장면을 통해 목마 작전을 한 도시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끔찍한 무기처럼 그려 냅니다. 일부 해외 평론은 이 연출이 놀란 감독의 전작 오펜하이머에서 다룬 원자폭탄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영웅으로서의 자부심보다 죄책감을 안고 귀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밖에도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쌍둥이 자매로 설정하고 한 배우가 두 인물을 모두 연기하게 한 점, 그리고 원작보다 훨씬 복잡한 회상 구조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가 원작의 큰 줄기는 유지하면서도, 전쟁을 겪은 한 인간의 내면에 더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오디세이는 원작의 유명한 모험을 충실하게 담아내면서도, 결말과 인물의 내면에서는 놀란 감독만의 해석을 분명하게 드러낸 작품입니다. 원작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달라진 부분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라도 한 인간의 긴 귀향 이야기로 충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관람하시기를 추천.